Posted on 2011/09/30 13:50 / Filed Under Story/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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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뻘글뻘글 열매를 쳐묵쳐묵해서 뻘글만 배설하는 삼촌이 인사드린다.

그냥 심심해서 끄적끄적대는 글이니 악플만 좀 자제를..

주의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며, 혐오스럽거나 공포스러운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임산부와 노약자는 주의하기 바란다.
참고 : 아주아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평가, 생각이므로 읽다가 맘에 안드시면 뒤로가기를 누를 것.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를 다니기도 전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친구가 없었던) 난 주로 비디오와 유선방송을 통해 많은 영화를 접하였다. 당시 인천 남동구지역 유선방송 편성자의 영화 선택은 아주 특이(괴랄했다)했는데, 하루는 홍콩 느와르 영화만 줄창.. 다른날은 아뭬리칸 스타일 히어로 영화만 줄창.. 또 어떤날은 공포영화만 줄창.. 뭐 이런식이었달까..
또한, 삼촌의 친구분(삼촌의 삼촌의 고환친구)이 비디오 대여점의 아드님이었던 관계로 비디오 무료대여(!)의 특권을 누렸다.
이처럼 유선방송과 비디오 이 두가지 매체로 수 많은 영화를 두루 섭렵할 수 있었다.(친구가 없으니 방에 쳐박혀 티비나..)
[하지만 미취학 아동의 눈엔 장르가 무엇이고 연령제한이 무엇이고 이러한 개념은 없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꽤 많은 연소자 관람불가 영화도 즐겨*-_-* 보았던 것 같다.]

유선방송에서 틀어주던 대로, 비디오삼촌이 빌려주던대로 받아만 먹던 영화를 내가 직접 선택해가며 섭취하기 시작한건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이었다. 주로 일상이 게임이던 나에게 지루한 "사냥"과 "돈벌이"를 함께 해주는 친구는 역시 영화였는데, 시간 때우기를 벗어나 재미를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것이다. 그중에서도 자연스럽게 노출씬(*-_-*)이 등장하던 슬래시 호러무비들은 한참 성적(!)(성적이다 성적.. A+,B+ 그런거..) 호기심이 충만해있었지만 순진한 나에게 MUST CHOICE 아이템이 되었다.

- 스릴러와의 첫 대면
한참 비디오를 고르고 있던 어느날, 내게는 광명과도 같았던(그렇고 그런 B급영화가 그냥 커피라면 "그 것"은 T.O.P.) 한 영화를 마주치게 된다. 이름도 찬란하여라 "원초적 본능(1992)"!
그 당시 내게 생소했던 "반전"이라는 결말, 잠시도 쉬지 않고 찾아오는 위기, 그리고 섹시하다의 "어원"격인 샤론 스톤! 소위 말하던 에로틱 스릴러는 슬래시 호러무비에 빠져 허우적대던 날 빛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반짝반짝 혹은 빨간(!) 글씨로 날 유혹하던 [완전판] 혹은 [무삭제판]의 유혹! 당시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분실위험대상 1순위 테입이 이 것이었다는 것은 그저 소문만이 아니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스릴러"라는 장르가 날 품기 시작했다.

- 스릴러의 아버지(그리고 아들쯤?)
Alfred Hitchcock1)(1899 –1980) 
히치콕의 영화가 스릴러인지 서스펜스인지는 중요치 않다. 어차피 스릴러는 서스펜스의 하위개념이고 히치콕이 주로 다룬 "살인(혹은 죽음)"이라는 점이 현대의 스릴러에선 절대 빠질수 없는 요소라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바로 히치콕"이라는 점에 있다.
혹자는 히치콕을 카프카, 도스토예프스키, 포우와 마찬가지로 불안의 예술가라 칭한다. 죽음이라는 오브제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불안한 감정을 수반한다. 히치콕 그 자신도 자신이 "불안"이라는 감정에 매혹되어있는듯 보였다.2)

[히치콕]

Alfred Hitchcock (1899-1980) ©imdb.com

[나도 히치콕]

응? 은근히 닮았다. (출처미상)

불안은 히치콕이 매혹된 세계이기도 하다. 1974년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히치콕을 위한 파티에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한 히치콕은 미리 준비한 답사장면을 필름으로 보내왔다. 그것은 곧 공식석상에서 히치콕이 남긴 마지막 인사가 됐다. “안녕하세요. 사람들은 물에 빠졌을 때 자신이 그 동안 살아온 생애가 눈앞에서 번쩍거린다고 합니다. 나는 발을 적시지 않은 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어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내가 잘 다뤘던 주제는 살인입니다. 그러나 내 영화에서 살인은 주로 집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간결하고도 가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부엌 식탁이나 목욕탕에서 말이죠. 무엇보다도 나는 여러분들이 살인은 매혹적이고 즐길 만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을 확신합니다. 희생자에게조차 그렇습니다.”              - 인용 : 네이버캐스트 - 인물과 역사 : [인물 세계사] 알프레드 히치콕

히치콕은 살인이라는 말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핵심은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알고 있던 사람들에 의한' 살인이다. 가장 익숙한 공간과 사람이 생소함과 공포로 변하는 순간의 그 긴장감이란..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발생한 '불안'이라는 감정은 그의 영화가 여전히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일런지도 모른다.

히치콕은 수많은 작품을 남겼고 또한 이후의 "스릴러"라는 장르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으로 Brian De Palma3) (1940)가 있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초기작은 히치콕에 대한 오마쥬 같은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주로 인간의 에로티시즘을 바탕으로한 욕망과 정신적 장애에서 비롯된 소재들이 많았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을 자극함으로써 관객에게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장면을 구성하는 팔마의 연출역시 뛰어났다. 이후로 히치콕의 [이창4)]에 대한 오마쥬 [침실의 표적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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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y Double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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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r Window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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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y Double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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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r Window (1954)

이미지 출처 : imdb.com


- 스릴러도 흐름이 있다.
80년대 초반은 슬래시 호러무비의 범람기였다. 영화 내 특수효과에 대한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그에 따라 꽤(가장까지는 좀..) 자극적이고 효과가 뛰어난 슬래시 호러무비가 전면에 등장할 수 밖에 없었달까.. 사실 그때는 이미 태어나지도 않았던 내가 뭘 어찌 알 수 있을까. 그냥 넘어가자. (사실 호러무비가 스릴러는 아니니까..)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는 여성이 주연인 스릴러 영화가 많아졌다.
[요람을 흔드는 손](The Hand That Rocks The Cradle, 1992)은 가정을 잃어버린 여성이 한을 품고 보모로 가장해 복수극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 복수란 관점은 매우 "주인공(가해자)"의 시점에서 비추어진 내용이지만 내가 보기엔 겨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랄까..
자세한 줄거리는 네이버에서 검색해보자.
다음 작품은 [위험한 독신녀](Single White Female, 1992)이다. 제목이 조금 그렇고 그런데, 당시에는 이런 스릴러물에 "위험한"이라는 형용사를 많이 쓰던 시절이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동성간의 집착을 다룬 영화인데, 두 여배우의 열연이 아주 인상적이다. 동성간의 집착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동성애 컨셉이라기 보다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한 집착에 가깝고 그 대상이 "동성"이었다고 표현하는게 맞을것 같다.
그리고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미져리](Misery, 1990)도 이 시기에 등장한 영화이다. 워낙 유명한 영화이니 내용은 생략하도록 하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이 있긴 하지만, 왜 이시기에 여성이 주연인 작품들이 이렇게 많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추측을 해 보자면 당시엔 여권신장이 이루어져 여성의 사회진출이 잦아졌고, 과거에는 그저 묻혔을법한 사건들(여성이 가해자인 애정사.)이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가십거리로 크게 보도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정도..? 여튼, 한참 이성에 관심이 많던 중고등학생 시절에 이런 류의 영화들은 "여자를 막대하면 죽을지도.."라는 교훈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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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져리] 케시 베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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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신녀] 제니퍼 제이슨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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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을 흔드는 손] 레베카 드 모네이

이미지 출처 : movie.naver.com


90년대 중후반에는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의 보급이 이루어져 누구나 쉽게 만질 수 있지만 소위 말하는 전문가는 적었던, 컴퓨터 전문가에 대한 판타지가 생겨나면서 해킹, 컴퓨터 관련 스릴러가 돋보였다. 주로 컴퓨터와 인터넷은 기업, 정치인의 비리등을 밝히는 매개체로 이용되고 그 과정을 "(나름)환상적"으로 표현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큰 흥행을 이루지는 못한 것 같았다.(라기보다 내게 크게 기억남는 영화가 없다..)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면, 안젤리나 졸리가 등장하는 "해커스(Hackers, 1995)" 정도?
왠지 모르게 이런류의 영화는 굉장히 일반적인 스토리를 갖는데, 주인공인 남자 청소년은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잘해 천재소리를 들었고, 장난으로 침입한 기업 혹은 정부기관의 서버에서 비리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내 다운로드 하지만 이것이 발각당하고 킬러들에게 추적당한다는 뭐 그렇고 그런내용. 언제나 결말은 정의가 승리했다. (Hack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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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졸리누나. 풋풋했던 젊은 시절.

이미지 출처 : movie.naver.com


드디어 밀레니엄. 2000년대로 진입했다.
2000년대부터는 자고로 인터넷의 폭발적인 발전으로 비밀이 없고 정보는 넘쳐난다.
또한 세계화의 진행으로 기업은 거대한 자본을 휘두르게 되고, 국가는 자국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혹은 정경유착으로 말미암아 사고를 친다. 그에 따라 영화는 기업과 국가 그리고 개인간의 갈등 그리고 음모를 다루게 되었다.
물론 영화들은 상상을 기반으로 쓰여졌겠지만, 인터넷에 떠다니는 "음모론"을 읽어보면 왠지 모르게 "어? 진짜 있을법 한데?"소리가 자연스레 나오게 된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의 스릴러는 이미 모든 장르에 녹아들어 버렸다. 에로틱 스릴러, 액션 스릴러, 코믹 스릴러, SF 스릴러, 법정 스릴러 등등등.. 셀 수도 없는 스릴러물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시점도 이 즈음이다.
인간의 공포감정을 자극한다는 스릴러의 기본 정의는 모든 장르와 스릴러와의 혼합을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그래도 코믹스릴러는 좀...)
그와 동시에 "스릴러 홍수"라 할만큼 의미없는 스릴러의 남발이 이루어졌고, 최근의 스릴러라는 장르는 오히려 과거로의 회귀; 즉 다른 어떠한 것과도 혼합되지 않은 순수한 스릴러, 오리지널의 그 것을 추구하는 것 처럼 보인다.


- 가장 밑바닥 질문; 스릴러는 왜 재미있는가?
왜?왜?왜!
스릴러는 왜 재미있는가?
당신은 왜 스릴러에서 재미를 느끼는가?
샤론스톤느님이 다리를 반대로 꼬며 당신에게 묻는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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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974 (mov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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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y Matters, 2006 (movie.naver.com)


충격적인 반전, 예상되는 반전, 반전이 없는게 반전 ...   반전때문에!?
찔러, 쏴, 때려, 죽여! ... 내면에 잠재된 폭력적 자아를 대리만족 시켜주기 위해서!?
샤론 스톤, 톰 행크스, 밀라 요보비치 ... 썸녀 혹은 썸남 때문에!?

물으면 뭐하랴 다 나름이 대답이 있을 것을.
진리는 없다. 아니, 찾기 무지 힘들다. 누군가는 긴장감을, 누군가는 공포감을, 누군가는 미녀(남)을 즐기기 때문에 스릴러를 찾는다.
때때로 그저 볼영화가 없어서 스릴러를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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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 ,2011]심지어 이것보다도 어렵다! (movie.naver.com)


인간은 언제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에 대하여 궁금증을 갖는다. 인간은 왜 사는가. 나는 누구인가. 내가 나비인데 사람꿈을 꾸는건지 내가 사람인데 나비꿈을 꾸는건지(?). 아리스토텔레스도 니체도 소크라테스도 결국은 사람이라 궁금한게 많았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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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 신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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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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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 너 자신을 알라.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저치(!)들도 모르는데, 평범한 소시민인 나는 어찌하랴!
나도 내가 스릴러를 왜 재미있어 하는지 잘 모르겠다.
모든 의문은 조용히 독자에게 떠넘긴다.

그리고 난, 오늘도 조용히 DVD를 돌린다.

- Fin.
구구절절히 글을 늘어만 놓았다. 읽느라 고생하셨다.
내가 다시 읽어보아도 참 재미없는 글이다. 하지만 어쩌랴 필자의 글쓰기 실력이 이따위인걸...
연구실을 나홀로 지키며 참 심심하던 차에 나만 즐거운 글이 되어버렸음을 사과하며 글을 마친다.
어차피 오늘도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니 오래된 스릴러영화 한편을 즐겨야겠다.

PS. 이 글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들을 요리조리 짬뽕해서 만든 것이므로 사실상 거의 표절에 가깝다. 거의 일기에 가까운 글이므로 읽은 후엔 기억에서 지우도록 하자.
Footnote.
  1. 1)http://www.imdb.com/name/nm0000033/ [Back]
  2. 2)물론 그가 직접 "난 불안에 매혹되어 있어요."라고 말한적은 없다. [Back]
  3. 3)http://www.imdb.com/name/nm0000361/ [Back]
  4. 4)http://www.imdb.com/title/tt0047396/ [Back]
  5. 5)http://www.imdb.com/title/tt0086984/ [Back]

2011/09/30 13:50 2011/09/3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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